축구 금메달 20명 병역특례, 544시간을 날로 바꾸니 68일

축구 금메달 20명 병역특례, 544시간을 날로 바꾸니 68일

모자 하나가 문제였어요. 10월 3일 일본 도요타 스타디움,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한국이 일본을 1-0으로 이겼어요. 4회 연속 금메달이에요. 그날 밤 라커룸 사진 한 장이 SNS에 올라왔어요.

KBS 9시 뉴스 「축구대표팀, 전역모에 군 면제 자랑까지…병역특례 도마 위」 (유튜브)

사진 속 막내 박승수(19)가 쓴 건 전역모였어요. 군 복무를 마친 장병이 전역할 때 쓰는 모자요. 다음 날 커뮤니티 축구 게시판은 경기 얘기보다 이 모자 얘기가 더 많았어요.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면제”라는 게 실제로는 뭘 하는 건지요.

결승이 열린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을 멀리서 본 모습 (자료사진·위키미디어, 2019년)
결승이 열린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을 멀리서 본 모습 (자료사진·위키미디어, 2019년)

라커룸 사진 한 장, 인터뷰 두 마디

불씨는 셋이었어요. 전역모 사진이 하나고요. 입대를 9일 앞두고 있던 주장 이기혁(26)은 경기 직후 “저 군대 안 갑니다”라고 했어요. 양민혁(20)은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까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했다”고 했고요.

잔디 위의 축구공 (자료사진·위키미디어)
잔디 위의 축구공 (자료사진·위키미디어)

셋 다 4일에 SNS로 사과했어요. 박승수는 팬이 준 모자를 받아 썼다며 “모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사진을 올렸다”고 했어요. 양민혁은 병역 혜택이 “여러 동기 중 하나였다는 뜻이 잘못 전달됐다”고 했고요.

이기혁은 “순간의 행복, 도파민, 흥분감”에 휩쓸렸다고 적었어요. 기쁜 마음은 저도 이해가 가요. 근데 그걸 카메라 앞에서 말한 게 문제였죠.

이번 금메달로 특례를 받는 건 몇 명일까요? 군필자 3명을 뺀 미필자 20명이에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모든 선수의 발언을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했어요.

현역 육군·사회복무요원·체육요원 복무 비교 (직접 만든 표)
현역 육군·사회복무요원·체육요원 복무 비교 (직접 만든 표)

면제가 아니라 34개월짜리 다른 복무

근데 법으로 보면 이건 “면제”가 아니에요. 정식 이름은 예술·체육요원이에요. 병무청 기준으로 체육요원 편입 조건은 딱 두 개예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요.

병무청 「예술체육요원 제도소개」 — ① 편입 기준 안내
병무청 「예술체육요원 제도소개」 — ① 편입 기준 안내

편입되면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34개월 동안 자기 종목 선수로 등록해 뛰어야 해요. 그 사이 공익복무 544시간을 채워야 하고요. 강습이나 공익 캠페인 같은 거예요. 분기 기준을 못 채우거나 실적을 허위로 내면 모자란 시간의 2배로 늘어나요.

육군훈련소 훈련병들의 첫 훈련 (자료사진·위키미디어, 국방부 2010년, 일부 잘라냄)
육군훈련소 훈련병들의 첫 훈련 (자료사진·위키미디어, 국방부 2010년, 일부 잘라냄)

현역 육군은 18개월, 사회복무요원은 21개월이에요. 기간만 보면 체육요원이 제일 길어요. 근데 하는 일이 달라요. 체육요원은 원래 하던 축구를 계속하는 게 복무의 대부분이거든요. 사람들이 걸리는 지점이 여기예요.

강원영동병무지청 청사 (자료사진·위키미디어)
강원영동병무지청 청사 (자료사진·위키미디어)

544시간, 직접 계산해 봤다

544시간이 감이 안 와서 날짜로 바꿔 봤어요. 하루 8시간씩이면 68일이에요. 34개월에 고르게 나누면 한 달 16시간이고요. 주말 이틀 정도예요.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 「예술·체육요원의 복무」 — ① 공익복무 544시간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 「예술·체육요원의 복무」 — ① 공익복무 544시간
계산 식 결과
한 사람이 채울 공익복무 법령 544시간
하루 8시간씩 하면 544 ÷ 8 68일
34개월에 고르게 나누면 544 ÷ 34 한 달 16시간
이번 특례 20명을 합치면 544 × 20 1만 880시간
체육요원 공익복무 544시간 환산 (병역법 시행령 기준으로 직접 계산)
공익복무 544시간을 근무일·주·월로 바꿔 본 계산 (직접 만든 표)
공익복무 544시간을 근무일·주·월로 바꿔 본 계산 (직접 만든 표)

20명을 다 합치면 1만 880시간이에요. 숫자로는 커 보이죠? 근데 같은 20명이 현역 육군으로 갔다면 18개월씩, 합쳐 360개월이에요. 30년이에요. 한 사람이 1년 반을 부대에서 보내는 것과 한 달 16시간 봉사는 같은 칸에 놓기 어려워요.

이 봉사 의무도 원래 없던 거예요. 병무청 연혁을 보면 2014년 12월 병역법이 바뀌었어요. 2015년 7월 이후 편입자부터 544시간이 붙었어요. 제도 자체는 1973년에 생겼고요.

남자축구 4연패의 시작이었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자료사진·위키미디어)
남자축구 4연패의 시작이었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자료사진·위키미디어)

이번엔 제도가 바뀔까

정치권도 바로 반응했어요. 안철수 의원은 “아시안게임 군 면제, 이제 재고해야 한다”고 했어요. 나경원 의원은 “한 번의 입상이 아니라 국제대회 누적 성적을 반영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고요.

눈 덮인 훈련장을 걷는 장병들 (자료사진·위키미디어)
눈 덮인 훈련장을 걷는 장병들 (자료사진·위키미디어)

모자 한 장에서 시작된 얘기가 34개월, 544시간까지 왔어요. 저는 숫자를 놓고 보니 “군대 안 간다”는 말보다 “그라운드에서 34개월”이 더 정확해 보이더라고요. 여러분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하나로 특례를 주는 지금 기준, 그대로 둬야 한다고 보세요?

참고한 곳

사진 출처

  • Distant View of Toyota Stadium, Hirokawa-cho Toyota 2019.jpg — Tomio344456 / CC BY-SA 4.0
  • 2010.1.4 육군 훈련소 첫 훈련 (7445526504).jpg — 대한민국 국군 Republic of Korea Armed Forces / CC BY-SA 2.0
  • 2016년 8월 8일 강원영동병무지청 DSC04100.jpg — 최광모 (Choe Kwangmo) / CC BY-SA 4.0
  • Incheon Asiad Main Stadium 2014.jpg — Korea.net / CC BY-SA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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