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미국 국도변 모텔 주차장. 누가 소리를 지르면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데, 프런트에 앉은 사장은 그 장면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다.
경찰 신고? 안 한다.
처음 이 얘기 들었을 때는 “무서워서 그런가?” 싶었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 이유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미국 상당수 도시에는 ‘만성 골칫거리 부동산 조례(chronic nuisance ordinance)’라는 게 있어요. 이름은 딱딱한데 내용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특정 건물에 경찰 출동 신고가 일정 기간 안에 너무 많이 들어오면, 그 건물 주인한테 책임을 묻는 제도예요. 벌금을 때리기도 하고, 심하면 영업 허가나 임대 허가 자체를 정지시키거나 취소해버립니다.
기준이 생각보다 빡빡해요. 도시마다 조금씩 다른데 대충 이런 식입니다.
밀워키는 30일 안에 신고 3건이면 집주인한테 경고장이 날아가고, 45일 안에 해결하라는 통보를 받습니다. 시애틀은 60일 안에 3건 또는 1년에 7건. 워싱턴주 브레머턴은 120일 안에 3건이고요.
30일에 3번이면… 한 달에 세 번입니다. 열흘에 한 번꼴이에요.
취지만 놓고 보면 이해가 가긴 해요. 마약 거래나 매춘 소굴이 된 건물을 방치하는 집주인한테 “관리 좀 해라”고 압박하려고 만든 거니까.
실제로 그렇게 작동한 사례도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의 한 모텔은 총격 피해자가 나오고, 약물 과다복용이 잇따르고, 방화까지 터지면서 범죄가 급증하자 시의회가 7대 0 만장일치로 영업 허가를 취소했어요. 건물은 그대로 폐쇄됐고요.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판단 기준이 ‘경찰 신고 횟수’다 보니, 신고를 당한 쪽만 불이익을 보는 게 아니라 신고를 한 쪽도 같이 불이익을 봅니다.
모텔 사장 입장에서 계산을 해보죠. 손님이 난동을 부린다 → 경찰을 부른다 → 신고 기록 1회 적립. 이게 몇 번 쌓이면? 영업 허가 갱신이 막힙니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그냥 참고, 알아서 내보내고, 신고는 최대한 안 하는 쪽을 택하게 되는 거예요. 우범지대에서 장사할수록 이 계산이 더 독해진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죠.

근데 진짜 무거운 얘기는 모텔이 아니라 주택 쪽에 있었습니다.
프린스턴대 사회학자 매튜 데스먼드 연구팀이 밀워키시의 실제 데이터를 뜯어봤는데, 결과가 꽤 씁쓸했어요.
가정폭력 신고는 전체 911 신고의 3.9%밖에 안 되는데, 골칫거리 부동산 딱지가 붙은 사유 중에서는 15.7%를 차지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4배 가까이 과대 대표된 셈이에요.
그리고 그 딱지를 받은 집주인들이 어떻게 반응했느냐. 83%가 세입자를 내쫓거나, “또 경찰 부르면 나가라”고 경고했습니다.
맞고 있는데, 신고를 하면 집에서 쫓겨난다. 그래서 신고를 안 한다.
이 구조가 그대로 만들어져버린 거죠.

같은 연구에서 흑인 거주 지역 세입자가 백인 지역 세입자보다 골칫거리 딱지를 받을 확률이 3배 높았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이 조례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 시작한 것도 이런 배경이에요. 범죄를 줄이려고 만든 제도가, 정작 도움이 제일 급한 사람의 입을 막아버린 꼴이 됐으니까.
그런데도 이 조례는 미국 전역으로 계속 퍼지는 중입니다. ACLU가 파악한 것만 워싱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미네소타, 위스콘신, 일리노이, 뉴욕, 텍사스,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35개 주가 넘어요.
결국 연방정부까지 나섰습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가 “이런 조례를 잘못 운용하면 공정주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지침을 내놨거든요. 지자체 조례에 연방정부가 경고를 날린 셈이죠.
여기서 좀 웃픈 지점이 하나 있어요. 포틀랜드는 최근 이 조례를 손봤는데, 방향이 기준을 더 느슨하게(30일 안에 3건 → 90일 안에 3건) 바꾸는 쪽이었습니다. 인신매매와 총기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겠다면서, 동시에 애먼 사람이 걸리는 걸 줄이려고 문턱을 조정한 거예요. 제도 자체를 없애지도, 그대로 두지도 못하고 계속 손보고 있는 상태인 거죠.
데스먼드는 이 연구를 포함한 내용을 『쫓겨난 사람들(Evicted)』이라는 책으로 냈고, 2017년 퓰리처상(일반 논픽션 부문)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무인점포나 술집에서 경찰을 너무 자주 부르는 게 문제라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미국은 정반대 방향으로 브레이크를 걸었다가 이런 부작용이 생긴 셈입니다.
솔직히 어느 쪽이 더 나은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신고를 안 하게 만드는 제도라는 게, 결국 통계상 범죄율만 예쁘게 만들어주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신고 횟수로 건물주한테 책임을 묻는 제도,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