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앱에서 이런 글을 봤어요. “츄파춥스 기프티콘 판매합니다. 가격은 10만원.”
사탕 하나가 10만원일 리는 없잖아요. 글을 끝까지 읽어보니 밑에 한 줄이 더 있더라고요. “추가 증정품으로 9월 13일 KIA 대 한화 경기 4연석 드립니다.”
사탕을 파는 게 아니라 야구표를 파는 거죠. 근데 형식상으로는 사탕 장사예요.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은데, 이유가 있더라고요.

지난달 28일부터 암표방지법이 시행됐어요. 개정된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을 묶어서 그렇게 부릅니다.
바뀐 게 꽤 셉니다. 예전엔 매크로 프로그램을 썼는지가 기준이었는데, 이제는 그걸 안 썼어도 상습적으로 또는 영업으로 웃돈 붙여 팔면 걸려요.
벌도 무거워졌어요. 전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이었거든요. “벌금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죠. 지금은 총판매 금액을 기준으로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이 나옵니다.
신고하면 포상금도 줘요. 부정판매를 신고하면 판매자한테 부과된 과징금의 50%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근데 티켓값이 올랐어요
법이 세지면 암표가 줄어야 정상이잖아요. 실제로 매물은 줄었대요. 문제는 남은 매물의 가격이에요.
지난 8일 국내 최대 티켓 양도 사이트 티켓베이에 공연 티켓 한 장이 620만원에 올라왔어요. 이달 18~20일 열리는 아이돌 콘서트 표였습니다.
그 콘서트 일반석 정가가 16만5000원이에요. 37배가 넘죠.
왜 이런 값이 가능해졌냐면요. 법 시행 전 티켓베이는 자체 규정으로 한 장에 100만원 넘게는 못 올리게 했었어요. 사실상 최고 호가가 99만원이었죠.
근데 법이 생기니까 “이제 법이 규제하니 우리 규정은 중복”이라며 상한을 없앴습니다. 그러자 600만원짜리가 튀어나온 거예요. 막으려고 만든 법이 뚜껑을 열어버린 셈이죠.
620만원 글은 지금은 지워졌어요. 대신 120만~140만원대가 그 자리에 올라와 있습니다.

법이 못 닿는 곳으로 옮겨갔어요
더 답답한 건 이겁니다. 암표상들이 해외로 나갔어요.
외국인이나 해외 거주자가 해외에서 사고팔면 속지주의 원칙상 우리 법으로 처벌하기가 어렵거든요.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훙슈에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이돌 콘서트 표가 3000~5000위안에 올라와 있어요. 우리 돈으로 약 59만8000원에서 99만원입니다. 그 표 정가는 19만8000원이에요.
미국 티켓 재판매 사이트 스텁허브에는 한국 프로야구 경기 표를 되파는 페이지까지 생겼습니다.
국내 팬들은 못 사고, 해외 업자는 마음대로 파는 상황이 된 거죠.

‘상습’이 뭔지가 애매해요
웃돈을 붙였다고 다 걸리는 건 아니에요. “상습 또는 영업 목적”이 확인돼야 제재가 됩니다.
그래서 판매자들이 아이디를 여러 개 만들어서 한두 장씩 나눠 판대요. 한 사람이 스무 장을 파는 게 아니라, 스무 명이 한 장씩 파는 것처럼 보이게요.
기준선은 있어요. 공연 표는 산 값보다 5만원 이상, 스포츠 표는 2만원 이상 비싸게 팔면 과징금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적용 범위도 좁아요. 사람이 직접 하는 공연과 스포츠 경기 입장권만 해당됩니다. 영화표, 호텔 숙박권, KTX 승차권은 아무리 웃돈이 붙어도 이 법으로는 못 잡아요.
맨 위에 나온 츄파춥스 글이 바로 그 틈을 노린 거예요. 야구표는 사은품이고, 파는 물건은 사탕이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처럼 재판매를 아예 제도권 안으로 들여서 관리하자는 얘기가 나와요.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가 그런 쪽을 짚었습니다.
팬들 얘기는 조금 달라요. 매크로부터 기술적으로 막아달라는 겁니다. 매크로는 매크로대로 뚫리는데 일반 팬의 거래만 조심스러워지면, 그래서 국내 팬만 손해라는 거죠.
법은 한 달도 안 됐어요. 판례가 쌓여야 ‘상습’의 선이 잡힐 텐데, 그게 쌓이려면 일단 적발이 돼야 하고요.
저는 사탕 10만원짜리 글에서 제일 많이 웃었다가 제일 많이 씁쓸했어요. 저렇게까지 머리를 쓰는데, 그 머리가 좋은 데 쓰였으면 어땠을까 싶고요.
여러분은 티켓 재판매, 아예 금지하는 게 맞다고 보세요? 아니면 값을 정해놓고 허용하는 게 나을까요?

참고한 곳
- 조선일보 「아이돌 공연 티켓 620만원… 암표값 되레 밀어올린 암표 방지법」
- SBS 「암표 방지법 시행 첫날…상상도 못한 꼼수 등장」


사진 출처
- Concert Confetti.jpg — Julie, Dave, & Family / CC BY-SA 2.0
- Person holding smartphone with camera app open while sitting outdoors on a sunny day, focused on taking a picture of the scene.jpg — Shixart1985 / CC BY 2.0
- Baseball supporters at Jamsil Baseball Stadium.jpg — Christophe95 / CC BY-SA 4.0
- Busan Sajik Stadium 20080706.JPG — Cheolstar / CC BY-SA 3.0
- Business professional engages in online shopping from home workspace while using credit card.jpg — Shixart1985 / CC BY 2.0
- Grateful Dead ticket stubs.jpg — Deadicated from Bronx, USA / CC BY-SA 2.0
- Ozzy 112921991 Ticket Stub.jpg — Dick Cinnamon / CC BY-SA 4.0
- Interior of the Jamsil Baseball Stadium.jpg — Christophe95 / CC BY-SA 4.0
- Blitz Club Munich Waiting Line.jpg — Uscatu.net / CC BY-SA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