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주사로 알려진 그 약이, 쥐의 수명을 늘렸다는 논문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어중간한 저널이 아니라 네이처(Nature)입니다.

연구를 한 건 미국 UC버클리의 대니카 첸 교수 연구팀입니다. 실험 대상은 생후 20개월 된 암컷 생쥐였어요.
생쥐 기준으로 20개월이면 이미 노년기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한창때가 지나고 노화가 진행된 시점이에요. 이 부분이 이 연구의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어릴 때부터 관리한 게 아니라, 이미 늙은 개체에게 약을 주기 시작했다는 거니까요.
투여한 약은 세마글루타이드. 오젬픽과 위고비의 주성분이고, 원래는 제2형 당뇨와 비만 치료에 쓰이는 물질입니다.
이름이 낯설면 ‘GLP-1 계열’이라고 하면 좀 익숙하실 겁니다. GLP-1은 우리 몸에서 원래 나오는 호르몬인데, 밥을 먹으면 분비돼서 인슐린을 내보내고 위가 비워지는 속도를 늦춥니다. 쉽게 말해 “배부르다”는 신호를 만드는 호르몬이에요.
세마글루타이드는 이 호르몬을 흉내 낸 약입니다. 그래서 맞으면 식욕이 줄고, 결과적으로 체중이 빠지는 구조죠. 투여 기간은 5개월이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계속 투여받은 쥐들의 중앙수명은 834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대조군은 742일이었습니다.
차이는 92일. 비율로 따지면 12.4%가 늘어난 셈입니다.
수명만 늘어난 게 아니라 생리 기능과 인지 기능도 좋아졌고, 노화의 여러 특징이 누그러졌다고 연구팀은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당연히 나오는 반박이 있죠.
“그거 그냥 적게 먹어서 오래 산 거 아니냐.”
세마글루타이드는 식욕을 억제하는 약입니다. 그리고 소식(칼로리 제한)이 수명을 늘린다는 건 예전부터 알려진 얘기예요. 그러니까 약의 효과가 아니라 덜 먹은 효과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습니다.
연구팀도 그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비교군을 따로 만들었어요.
한쪽은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그룹. 다른 한쪽은 약을 안 주고 칼로리를 24% 제한한 그룹인데, 이 그룹의 먹는 패턴을 약을 맞은 쥐들과 최대한 비슷하게 맞췄습니다. “덜 먹은 것” 자체의 효과를 분리해내려고요.
결과는 약을 맞은 쪽이 더 나았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쥐들은 탐색 행동, 공간 기억, 혈당 유지 같은 항목에서 실험 시작 시점의 기준선까지 넘어섰다고 합니다.
단순히 덜 먹어서 생긴 효과가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까지 읽고 “그럼 나도 맞아볼까” 싶어지면, 잠깐 멈추는 게 좋겠습니다.
이건 쥐 실험입니다. 사람의 노화와 수명에도 같은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어요. 연구팀 본인들도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장기간의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실제로 실험동물에서 수명이 늘었다는 연구는 지금까지 여러 번 있었고, 그중 사람에게서 재현된 건 극히 일부입니다. 댓글에서 “쥐는 탈모도 정복하고 암도 정복했는데 인간은 왜”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고요.
게다가 세마글루타이드는 처방 약입니다. 오심, 구토 같은 위장관 부작용이 흔하고, 근육량 감소 문제도 계속 지적되고 있어요. 노년층에서 근육이 빠지는 건 그 자체로 위험 요인입니다.
국내에서도 이 약은 아무나 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고도비만이거나, 27 이상이면서 만성질환이 동반된 경우에 처방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살을 빼고 싶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방 대상이 아니고, 미용 목적이라 실손보험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수명이 늘어난다니까 예방 차원에서 미리” 같은 접근이 통하는 약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도 이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노화 연구에서 “칼로리 제한이 수명을 늘린다”는 건 오래된 정설이었는데, 문제는 그걸 사람이 평생 실천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었어요. 배고픔을 참는 걸 수십 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만약 약이 그 효과를 대신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 연구가 주목받는 건 수명 12%라는 숫자보다 그 가능성 쪽인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은 쥐 얘기입니다. 사람 차례가 오려면 한참 남았고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만약 사람한테도 효과가 검증된다면, 맞아보실 생각 있으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