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디시 실베에 「빚 7억 있는 의느님」이라는 글이 올라왔어요. KBS 다큐공감 캡처를 쭉 이어 붙인 건데, 댓글이 수백 개 붙으면서 하루 종일 돌았습니다. 낚시는 아니에요.
근데 하나는 먼저 짚고 가야 합니다. 이 다큐는 2019년 10월 13일에 방송된 「어느 분만 의사의 1년」(다큐공감 317회)이에요. 7년 전 얘기가 지금 얘기처럼 도는 거죠. 그래서 그때 뭐가 나왔는지,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기사로 확인해서 정리했습니다.

2019년 다큐가 보여준 것
주인공은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산부인과를 하는 심상덕 원장이에요. 방송 당시 59세, 서울대 의대를 나온 산부인과 전문의고, 그 자리에서 병원을 연 지 12년째였습니다. 분만하는 병원은 원래 분만의사 최소 2명이 교대로 있어야 하는데, 이 병원은 원장님 혼자예요. 통장에 적힌 빚은 7억원.
2년 전에 살던 집을 정리하고 분만실 한켠에 짐을 풀어서 거기서 먹고 잤습니다.

디시 캡처에 나온 숫자들도 다큐 내용 그대로예요. 한 달에 산모 15명은 받아야 적자가 안 나는데 촬영하던 달은 0원 아니면 마이너스 100만원. 간호사 월급이 밀렸는데 다들 기다려줬고, 은행이 이번 만기엔 9천만원을 갚으라고 해서 시댁 식구들한테 손을 빌렸다는 얘기까지. “죽기 전에 빚을 다 갚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그냥 나오더라고요.

근데 산모들 사이에선 좀 유명한 병원이에요. 편도 1시간 30분 걸리는 경기도에서도 소문 듣고 오고, 노산에 아기가 3.7kg이었는데 끝까지 기다려줘서 자연분만했다는 인터뷰가 나옵니다. 무조건 자연분만은 아니고, 상황 봐서 수술을 권하거나 큰 병원으로 바로 보내기도 한다고요.
“안전한 출산, 그리고 가능하면 자연분만이 되도록 돕는 역할이잖아요”

스트레스 푸는 법에서 제가 멈췄어요. 홍대 앞 화방에 가서 재료를 사다가 산모 수첩을 직접 재단하고, 아기 사진을 오려 붙여서 손으로 만듭니다. 사실 미대에 가고 싶었다고, 못 간 한을 이걸로 푼다면서 웃으시더라고요. 태어난 아기 첫 가족사진도 항상 원장님이 직접 찍어주고요.


“한가한 병원에서나 할 수 있지, 큰 병원에서는 언제 이거 자르고 붙이고 있겠어요”


그래서인지 산모들이 개원 기념일을 챙겨서 작은 파티도 열어줬다고 해요. 병원이 돈은 못 버는데 사람은 남는 곳인가 봐요.

그 뒤로 7년, 뭐가 달라졌나
달라진 게 별로 없어요. 그게 더 아픕니다. 문화일보가 2024년 2월에, 뉴시스가 2024년 8월에 이 병원을 다시 찾아갔거든요.
빚은 그대로 7억 안팎이에요. 병원은 지금 서울 마포구에서 의사 1인 병원 ‘진오비 산부인과’로 돌아가고, 원장님은 여전히 병원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나이는 64세(2024년 기준)가 됐고요. 밤에 오는 환자한테는 진찰비·처치비를 안 받는 심야 무료진료도 계속하고 있어요. 간호사 월급은 일부 밀린 상태고요.
숫자는 더 내려갔어요. 30년 전에는 한 달에 30명을 받았는데 지금은 10명 정도. 손익분기점이 월 10건인데 인터뷰 전달엔 7건이었대요. “지금도 제 인건비는 못 가져가요”라고 하셨습니다.

빚이 어디서 왔는지도 나옵니다. 원장님 말로는 30년 하면서 의료사고 분쟁이 7~8건 있었고, 합의금이 건당 1억~2억원이었다고요. 그게 쌓인 게 7억이에요. 그러면서도 제왕절개 비율은 10% 정도를 유지합니다. 참고로 한국 전체 제왕절개율은 2019년 기준 51%, 세계 2위예요.
“과잉 진료를 통해 빚을 다 갚는다면 원칙을 지키는 진료를 다시 할 수 있을까요? 환자는 쉽게 속일 수 있죠. 하지만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어요”

“다시 태어난다면 의사 외의 직업을 택하고 싶다”는 말도 했어요. 2022년 기준 산부인과 원가보전율이 61%로 진료과 중 제일 낮다는 얘기를 하면서요.
이런 병원이 사라지는 속도
원장님 혼자 유별난 게 아니에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26년 8월 공개)로 보면 분만하는 의료기관이 2015년 620곳에서 2025년 436곳으로 29.7% 줄었어요. 동네 병·의원급 산부인과는 1,571곳인데 그중 실제로 분만하는 곳은 260곳, 16.5%예요. 열에 여덟아홉은 아기를 안 받는다는 뜻이죠.
남은 분만기관의 45.2%는 수도권에 몰려 있고요(2026년 4월 30일 기준 420곳 중 190곳).
한편 출생아는 좀 늘었어요. 통계청 잠정치로 2025년 출생아는 25만4,500명, 전년보다 6.8% 늘었고 합계출산율은 0.80명이에요. 근데 서울은 0.63명으로 전국에서 제일 낮습니다. 마포구 1인 병원의 사정이 갑자기 좋아질 숫자는 아니에요.
나라가 내놓은 것
원장님이 빚의 원인으로 꼽은 게 의료사고 합의금이잖아요. 여기는 최근에 제도가 좀 움직였어요.
- 불가항력 분만사고(의사 과실 없이 생긴 사고) 보상은 2023년 12월부터 국가가 100% 부담해요. 한도는 2025년 7월에 최대 3천만원에서 3억원으로 올랐고, 2026년 8월부터는 산모 중증장애도 보상 대상에 들어갔습니다. 올해 예산은 17억9,300만원이에요.
- 2026년 6월 보건복지부가 분만·소아·응급 의료사고 배상보험 지원을 발표했어요. 분만 실적이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는 의료기관이 1억5천만원까지 부담하고, 그 위 16억5천만원(합쳐서 18억원)을 보험이 보장합니다. 보험료 연 175만원은 국가가 전액 냅니다. 가입은 6월 25일부터 11월 30일까지예요.
건당 1~2억이던 합의금 얘기를 생각하면, 7년만 빨랐으면 어땠을까 싶은 제도예요. 물론 이미 진 빚을 갚아주는 건 아니고요.
댓글에서 다들 걸린 지점도 같았어요. 애 낳는 사람이 줄면 이런 병원이 제일 먼저 사라진다는 거. 저는 솔직히 이런 데가 남아 있었으면 좋겠는데, 여러분은 근처에 이런 병원이 있으면 가실 것 같아요? 아니면 분만의가 2명 이상 있는 큰 병원이 역시 안심이 될까요?
참고한 곳
- KBS 1TV 다큐공감 317회 「어느 분만 의사의 1년」 (2019.10.13 방송)
- 부산일보 「‘다큐 공감’ 존립 기로에 선 산부인과… 어느 분만의사의 1년」 (2019.10.13)
- 문화일보 「“과잉진료하면 빚은 다 갚겠지만…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어요”」 (2024.2.28)
- 뉴시스 「‘빚 7억’ 산부인과 원장이 심야 무료진료 하는 이유는?」 (2024.8.30) · 「“의대 증원은 ‘오진’”…33년차 산부인과 의사의 쓴소리」 (2024.9.1)
- 메디포뉴스 「분만기관 10년 새 29.7% 감소」 (2026.8.12,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 통계청 「2025년 출생·사망통계(잠정)」
- 머니투데이 「불가항력 분만사고, 산모 중증장애도 국가 보상…이달부터 확대」 (2026.8.11)
-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분만, 소아, 응급 의료사고 피해 국가가 최대 18억 원 배상한다」 (2026.6.23)
- 소재: 디시인사이드 실시간베스트 「빚7억 있는 의느님」 · 사진은 KBS 다큐공감 방송 캡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