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에서 다시 도는 ‘빚 7억 의느님’, 그 다큐는 2019년 겁니다. 원장님은 지금도 병원에서 삽니다

디시에서 다시 도는 ‘빚 7억 의느님’, 그 다큐는 2019년 겁니다. 원장님은 지금도 병원에서 삽니다

오늘 디시 실베에 「빚 7억 있는 의느님」이라는 글이 올라왔어요. KBS 다큐공감 캡처를 쭉 이어 붙인 건데, 댓글이 수백 개 붙으면서 하루 종일 돌았습니다. 낚시는 아니에요.

근데 하나는 먼저 짚고 가야 합니다. 이 다큐는 2019년 10월 13일에 방송된 「어느 분만 의사의 1년」(다큐공감 317회)이에요. 7년 전 얘기가 지금 얘기처럼 도는 거죠. 그래서 그때 뭐가 나왔는지,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기사로 확인해서 정리했습니다.

분만실 침대에 누워 쉬는 원장님. 잠도 여기서 잔다 (KBS 다큐공감 캡처)
분만실 침대에 누워 쉬는 원장님. 잠도 여기서 잔다 (KBS 다큐공감 캡처)

2019년 다큐가 보여준 것

주인공은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산부인과를 하는 심상덕 원장이에요. 방송 당시 59세, 서울대 의대를 나온 산부인과 전문의고, 그 자리에서 병원을 연 지 12년째였습니다. 분만하는 병원은 원래 분만의사 최소 2명이 교대로 있어야 하는데, 이 병원은 원장님 혼자예요. 통장에 적힌 빚은 7억원.

2년 전에 살던 집을 정리하고 분만실 한켠에 짐을 풀어서 거기서 먹고 잤습니다.

병원 세면대에서 아침 세수 (KBS 다큐공감 캡처)
병원 세면대에서 아침 세수 (KBS 다큐공감 캡처)

디시 캡처에 나온 숫자들도 다큐 내용 그대로예요. 한 달에 산모 15명은 받아야 적자가 안 나는데 촬영하던 달은 0원 아니면 마이너스 100만원. 간호사 월급이 밀렸는데 다들 기다려줬고, 은행이 이번 만기엔 9천만원을 갚으라고 해서 시댁 식구들한테 손을 빌렸다는 얘기까지. “죽기 전에 빚을 다 갚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그냥 나오더라고요.

밥은 국에 말아서 대충. 분만 담당 의사가 본인 하나뿐이다 (KBS 다큐공감 캡처)
밥은 국에 말아서 대충. 분만 담당 의사가 본인 하나뿐이다 (KBS 다큐공감 캡처)

근데 산모들 사이에선 좀 유명한 병원이에요. 편도 1시간 30분 걸리는 경기도에서도 소문 듣고 오고, 노산에 아기가 3.7kg이었는데 끝까지 기다려줘서 자연분만했다는 인터뷰가 나옵니다. 무조건 자연분만은 아니고, 상황 봐서 수술을 권하거나 큰 병원으로 바로 보내기도 한다고요.

“안전한 출산, 그리고 가능하면 자연분만이 되도록 돕는 역할이잖아요”

“안전한 출산, 가능하면 자연분만이 되도록 돕는 역할” (KBS 다큐공감 캡처)

스트레스 푸는 법에서 제가 멈췄어요. 홍대 앞 화방에 가서 재료를 사다가 산모 수첩을 직접 재단하고, 아기 사진을 오려 붙여서 손으로 만듭니다. 사실 미대에 가고 싶었다고, 못 간 한을 이걸로 푼다면서 웃으시더라고요. 태어난 아기 첫 가족사진도 항상 원장님이 직접 찍어주고요.

스트레스 해소법은 홍대 앞 화방. 산모 수첩 재료를 고르는 중 (KBS 다큐공감 캡처)
스트레스 해소법은 홍대 앞 화방. 산모 수첩 재료를 고르는 중 (KBS 다큐공감 캡처)
직접 제단한 산모 수첩. 미대에 가고 싶었다고 (KBS 다큐공감 캡처)
직접 제단한 산모 수첩. 미대에 가고 싶었다고 (KBS 다큐공감 캡처)

“한가한 병원에서나 할 수 있지, 큰 병원에서는 언제 이거 자르고 붙이고 있겠어요”

사진을 오려 붙이는 손. 병원이 한가해서 가능한 일이라며 웃는다 (KBS 다큐공감 캡처)
사진을 오려 붙이는 손. 병원이 한가해서 가능한 일이라며 웃는다 (KBS 다큐공감 캡처)
태어난 아기의 첫 가족사진은 원장님이 직접 찍어준다 (KBS 다큐공감 캡처)
태어난 아기의 첫 가족사진은 원장님이 직접 찍어준다 (KBS 다큐공감 캡처)

그래서인지 산모들이 개원 기념일을 챙겨서 작은 파티도 열어줬다고 해요. 병원이 돈은 못 버는데 사람은 남는 곳인가 봐요.

산모들이 챙겨준 개원 기념일 파티 준비 (KBS 다큐공감 캡처)
산모들이 챙겨준 개원 기념일 파티 준비 (KBS 다큐공감 캡처)

그 뒤로 7년, 뭐가 달라졌나

달라진 게 별로 없어요. 그게 더 아픕니다. 문화일보가 2024년 2월에, 뉴시스가 2024년 8월에 이 병원을 다시 찾아갔거든요.

빚은 그대로 7억 안팎이에요. 병원은 지금 서울 마포구에서 의사 1인 병원 ‘진오비 산부인과’로 돌아가고, 원장님은 여전히 병원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나이는 64세(2024년 기준)가 됐고요. 밤에 오는 환자한테는 진찰비·처치비를 안 받는 심야 무료진료도 계속하고 있어요. 간호사 월급은 일부 밀린 상태고요.

숫자는 더 내려갔어요. 30년 전에는 한 달에 30명을 받았는데 지금은 10명 정도. 손익분기점이 월 10건인데 인터뷰 전달엔 7건이었대요. “지금도 제 인건비는 못 가져가요”라고 하셨습니다.

“병원이 살아남아 있어야 될 텐데 쉽지가 않네요” (KBS 다큐공감 캡처)

빚이 어디서 왔는지도 나옵니다. 원장님 말로는 30년 하면서 의료사고 분쟁이 7~8건 있었고, 합의금이 건당 1억~2억원이었다고요. 그게 쌓인 게 7억이에요. 그러면서도 제왕절개 비율은 10% 정도를 유지합니다. 참고로 한국 전체 제왕절개율은 2019년 기준 51%, 세계 2위예요.

“과잉 진료를 통해 빚을 다 갚는다면 원칙을 지키는 진료를 다시 할 수 있을까요? 환자는 쉽게 속일 수 있죠. 하지만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어요”

“산부인과만이 유일하게 욕을 안 들을 수 있어요” (KBS 다큐공감 캡처)

“다시 태어난다면 의사 외의 직업을 택하고 싶다”는 말도 했어요. 2022년 기준 산부인과 원가보전율이 61%로 진료과 중 제일 낮다는 얘기를 하면서요.

이런 병원이 사라지는 속도

원장님 혼자 유별난 게 아니에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26년 8월 공개)로 보면 분만하는 의료기관이 2015년 620곳에서 2025년 436곳으로 29.7% 줄었어요. 동네 병·의원급 산부인과는 1,571곳인데 그중 실제로 분만하는 곳은 260곳, 16.5%예요. 열에 여덟아홉은 아기를 안 받는다는 뜻이죠.

남은 분만기관의 45.2%는 수도권에 몰려 있고요(2026년 4월 30일 기준 420곳 중 190곳).

한편 출생아는 좀 늘었어요. 통계청 잠정치로 2025년 출생아는 25만4,500명, 전년보다 6.8% 늘었고 합계출산율은 0.80명이에요. 근데 서울은 0.63명으로 전국에서 제일 낮습니다. 마포구 1인 병원의 사정이 갑자기 좋아질 숫자는 아니에요.

나라가 내놓은 것

원장님이 빚의 원인으로 꼽은 게 의료사고 합의금이잖아요. 여기는 최근에 제도가 좀 움직였어요.

  • 불가항력 분만사고(의사 과실 없이 생긴 사고) 보상은 2023년 12월부터 국가가 100% 부담해요. 한도는 2025년 7월에 최대 3천만원에서 3억원으로 올랐고, 2026년 8월부터는 산모 중증장애도 보상 대상에 들어갔습니다. 올해 예산은 17억9,300만원이에요.
  • 2026년 6월 보건복지부가 분만·소아·응급 의료사고 배상보험 지원을 발표했어요. 분만 실적이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는 의료기관이 1억5천만원까지 부담하고, 그 위 16억5천만원(합쳐서 18억원)을 보험이 보장합니다. 보험료 연 175만원은 국가가 전액 냅니다. 가입은 6월 25일부터 11월 30일까지예요.

건당 1~2억이던 합의금 얘기를 생각하면, 7년만 빨랐으면 어땠을까 싶은 제도예요. 물론 이미 진 빚을 갚아주는 건 아니고요.

댓글에서 다들 걸린 지점도 같았어요. 애 낳는 사람이 줄면 이런 병원이 제일 먼저 사라진다는 거. 저는 솔직히 이런 데가 남아 있었으면 좋겠는데, 여러분은 근처에 이런 병원이 있으면 가실 것 같아요? 아니면 분만의가 2명 이상 있는 큰 병원이 역시 안심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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