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할 때 이 사람은 혼자 걷지 못했습니다. 왼쪽 눈은 시력이 절반쯤만 돌아왔고요. 그 상태에서 회사가 전화를 걸었거든요. 결산할 사람이 없다고요.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양순주 부장판사)가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요.
먼저 무슨 일이 있었나
A씨는 회사 총무팀 부장이었습니다. 2021년,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중에 자택에서 뇌출혈이 왔습니다. 그대로 입원했고요.
퇴원할 때 상태가 이랬습니다. 시신경이 손상돼 왼쪽 눈 시력이 약 50% 정도 회복되는 데 그쳤고, 근력도 충분히 돌아오지 않아 혼자서는 걷지 못했어요.

이듬해 A씨는 회사에 뜻을 밝힙니다. “건강 회복을 위해 최소 3개월이 더 필요하다”고요. 회사 답은 달랐습니다. 결산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없으니 결산만이라도 맡아달라.

‘결산만’ 이 아니었다
A씨는 복직했습니다. 근데 실질적인 인력 충원이 없었어요. 결산뿐 아니라 총무팀 업무 전반을 그대로 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장의 질책을 받는 등 상당한 업무상 스트레스도 겪었고요.

혼자 걷지 못하던 사람이 몇 달 만에 부서 업무를 통째로 지고 있었던 거네요.

같은 해, A씨는 발작과 혼수상태 증상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습니다. 직접 사인은 자발성 뇌내출혈로 진단됐습니다.

공단은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은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거부했고요.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유족은 그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요.

법원 판단
재판부는 이렇게 짚었습니다.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중 뇌출혈이 발병했고, 후유증으로 12주간 경과 관찰이 필요한 상황에서 회사 요청에 따라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채 복직했다”고요.
이어 “복직 후에도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스트레스가 기존 뇌출혈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키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추단된다”고 밝혔습니다.

법원 감정 결과에서도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더라고요.

숫자 하나가 계속 걸립니다. 12주.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의학적으로 정해져 있던 기간이고, A씨가 회사에 요청한 건 그보다 짧은 3개월이었습니다.
“결산만이라도” 라는 말, 회사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부탁이었을 겁니다. 받는 사람한테는 어땠을까요?
사진 출처
- Fervoja hospitalo en Tjumeno 02.jpg — RG72 / CC BY-SA 4.0
- Wheelchairs in a hospital corridor.jpg — Ibex73 / CC BY-SA 4.0
- A computer keyboard and mouse are positioned on a wooden des.jpg — Shixart1985 / CC BY 2.0
- Computer keyboard placed on a black desk in a modern workspace.jpg — Shixart1985 / CC BY 2.0
- Emergency entrance, Newport Hospital Rhode Island.jpg — Kenneth C. Zirkel / CC BY-SA 4.0
- Entrance to the Accident and Emergency Department, Bradford Infirmary – geograph.org.uk – 3321360.jpg — Humphrey Bolton / CC BY-SA 2.0
- Harris County 1910 Courthouse Restored Houston Texas.jpg — i_am_jim / CC BY-SA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