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롯데시네마 다니는 사람이면 이 판결 그냥 넘기면 안 됨

CGV·롯데시네마 다니는 사람이면 이 판결 그냥 넘기면 안 됨

영화관에서 자막이나 화면해설이 안 나와서 불편했던 적,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거다. 근데 이게 그냥 “좀 불편하네” 수준이 아니라 법적으로 “차별”이었다는 결론이 어제 나왔다.

대법원이 9월 3일, CJ CGV·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중앙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영화관이 시각·청각장애인에게 화면해설과 자막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건 명백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정의 표지석 클로즈업

이 소송, 시작된 지 무려 10년이 됐다. 원고는 시각장애인 2명, 청각장애인 2명. “영화 좀 제대로 보게 해달라”는 이 사람들의 요구가 강산이 한 번 바뀔 시간 동안 법정을 돌고 돌아서야 결론이 난 거다. 1심,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왔으니 진짜 긴 싸움이었던 셈.

그런데 2심 판단이 좀 이상했다. 300석 넘는 영화관에서 전체 상영의 딱 3%만 화면해설·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고 본 거다. 상영관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돌아가는데 그중 3%라니. 그날 그 시간에 마침 자막 나오는 회차가 있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사실상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싶은 시간에” 보는 건 포기하라는 거나 마찬가지였던 거다.

대법원은 바로 이 3% 기준 자체를 문제 삼았다. 2심이 영화관 측 부담을 지나치게 많이 봐줬다고 본 것. 그래서 2심 판결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보냈다(파기환송).

CGV 영화관 건물 외관

사실 국내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게 2008년이니까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 근데 법에는 “300석 이상 영화관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만 되어 있었지, 그게 자막인지 화면해설인지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건지는 정해진 게 없었다. 그러다 보니 영화관 입장에선 “우리도 나름 편의를 제공했다”고 우길 여지가 있었던 셈. 이번 판결로 그 애매함이 정리된 거다.

해외 사례랑 비교하면 격차가 더 눈에 띈다. 넷플릭스는 전체 콘텐츠의 80%에 장애인용 자막을 넣는다고 한다. 미국 대형 영화관 체인 ‘리갈 엔터테인먼트’도 자기네 상영관의 약 80%에 화면해설 시스템을 갖춰놨다. 그런데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3사를 상대로 낸 소송이 10년씩 걸려서야 겨우 “그건 차별이었다”는 결론이 났다는 게, 좀 부끄러운 얘기 아닌가 싶다.


영화관 상영관 내부 스크린

이 판결이 그냥 “선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한 게 인정되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권고를 하고 그래도 안 고치면 법무부가 시정명령을 내린다. 이걸 또 안 따르면 3천만원 이하 과태료가 붙고, 악의적으로 차별을 반복했다고 판단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까지 갈 수 있다. 이번 파기환송으로 영화관 3사가 실제로 어떤 조치를 하게 될지, 단순히 “죄송합니다” 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이번 판결에서 특이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대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이지리드(Easy Read)” 판결문을 함께 냈다는 것. 어려운 법률 용어 대신 쉬운 문장이랑 그림으로 설명한 버전을 따로 만들어서, 소송 당사자인 장애인들도 판결 내용을 직접 읽고 이해할 수 있게 한 거다. 판결문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정작 당사자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는 걸 감안하면, 이것도 나름 의미 있는 변화로 보인다.

솔직히 처음 이 뉴스 봤을 땐 “영화 한 편 보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근데 막상 상영 스케줄을 뒤져가면서 자막 나오는 회차 찾아 헤매는 입장이 되어보면 얘기가 완전히 다르겠다 싶더라. 이번 판결로 영화관들이 화면해설·자막 비율을 실제로 늘릴지, 아니면 딱 최소한만 맞추고 넘어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여러분은 영화관에서 자막이나 화면해설 서비스, 이용해본 적 있나요? 아니면 옆에 그런 걸 필요로 하는 분이랑 같이 가본 적은요? 후기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