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실시간베스트에 「유럽여행에 압력밥솥 들고간 가족.JPG」이라는 글이 올라왔어요. 캐리어에서 나온 게 풍년 압력솥이랍니다. 파리랑 런던을 13박 15일 도는 내내 그걸로 밥을 지어 먹었다는 후기였어요. 조회 1만 3천에 댓글 440개. 제목만 보면 웃자고 올린 글 같은데, 댓글창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습니다.
근데 원글을 찾아 읽어보니 즉흥적으로 싼 짐이 아니었어요. 글쓴이는 첫 줄에 “저는 한식 못 먹으면 병이 나는 사람”이라고 적어놨습니다. 뚜껑을 분리하면 캐리어에 들어간다는 것까지 재본 뒤에 넣었고요. 그래서 이 글에 나오는 숫자를 하나씩 확인해 봤어요.

사실 확인
원글은 9월 14일 저녁 6시 43분에 한 여행 커뮤니티에 올라왔어요. 제목은 「[국내] 3인가족 파리, 런던 13박 15일 한식 후기(풍년압력솥 챙겨감)」입니다. 그게 하루 만에 디시 실시간베스트로 옮겨지면서 터진 거예요.

챙겨간 건 2인용 풍년 압력솥이었어요. 쌀 1.5킬로, 맛소금과 참기름은 미니 사이즈로. 고추장은 통에 조금 덜어 담았고요. 비비고 썰은 김치 10팩, 참치캔 6개, 라면 14개. 너구리 5개에 비빔면 4개, 짜파게티 5개였습니다. 카레와 치킨마요 소스, 다담 된장찌개 양념도 넣었어요. 집게랑 행주까지요. 2인용인데 4인분 밥도 너끈하다는 게 고른 이유였습니다.
쌀 1.5킬로는 4일 만에 바닥이 났대요. 런던 한인마트에서 경기미 2킬로를 17,000원쯤에 다시 샀다고 합니다. 파리는 더 어려웠어요. 숙소(시타딘 레알) 근처 한인마트에 쌀이 아예 없었거든요. 햇반은 하나에 5천 원이 넘었고요. “쌀 좀 더 가져올걸” 하고 후회했다는 문장이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나머지는 현지에서 조달했습니다. 한인마트에서 목살과 양념장, 야채를 사서 덮밥을 만들었대요. 파우치 된장찌개 양념 하나로 된장국도 끓였고요. 파리 한인마트에선 종가집 포기김치가 6유로쯤 했답니다. 양파랑 참치캔을 넣고 참치김치찌개를 끓여 세 끼를 해결했대요. 삼각김밥 틀과 김도 챙겨갔어요. 아침마다 삼각김밥을 싸고, 멀리 나가는 날엔 6~7개를 보냉백에 담아 나갔다고 합니다.

마지막 날은 재료가 다 떨어졌대요. 한식당에서 사 먹었는데 “양도 적은데 비싼”이 감상이었습니다. 글 끝에는 못 챙겨서 아쉬웠던 것도 적어뒀어요. 김을 봉지째 들고 오는 걸 깜빡한 것, 그리고 위생장갑. 주먹밥 쥘 게 없어서 초콜릿 사면서 받은 봉지로 대신했다고 해요.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햇반이요. CJ제일제당은 2026년 7월 16일에 27개 품목 값을 평균 8% 올린다고 밝혔습니다. 햇반이 인상률 12%로 제일 높았어요. 210그램 한 개가 유통채널 평균 1,959원에서 2,194원이 됐고요.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기준입니다. 대형마트는 7월 30일, 편의점은 8월 1일부터였습니다. 한국에서 2,194원인 걸 파리에선 5천 원 넘게 줘야 했다는 얘기예요. 두 배가 조금 넘습니다.

한국 식품을 해외에서 구하는 건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로 2026년 상반기 K-푸드+ 수출액은 70억 5,000만 달러였어요.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고요. 그중 라면이 9억 3,540만 달러로 1년 새 27.9% 늘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구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에 구하느냐죠. 원글이 라면 14개를 굳이 캐리어에 넣은 이유도 거기 있을 거예요.
짐 싸는 규정도 짚어볼게요. 압력솥 자체는 기내 반입 제한 품목이 아닙니다. 다만 날 길이 6센티가 넘는 가위나 조리용 칼은 기내에 못 들고 타요. 부쳐야 합니다. 액체와 젤류는 개별 100밀리리터 이하여야 하고요. 그것도 1리터 투명 지퍼백에 담아야 기내 반입이 됩니다. 인천국제공항 제한물품 안내에 나오는 기준이에요. 그러니 고추장, 참기름, 김치, 양념 파우치는 사실상 전부 위탁수하물행입니다. 원글이 “맛소금 미니, 참기름 미니”라고 굳이 미니를 강조한 것도 그래서겠죠.

댓글은 여기서 갈렸어요
440개가 붙었는데 크게 두 갈래였습니다. 한쪽은 이랬어요. “외국밥 못먹으면 해외 여행을 왜 가는거임?” “해외여행가서 밥솥이랑 쌀 가져가면 뭐하러감? 그냥 구글맵으로 사진보고 말지?” 여행의 절반이 그 나라 음식인데, 그걸 통째로 빼면 뭐가 남느냐는 얘기죠.

반대쪽은 숙소 조건을 먼저 짚었어요. “짤은 대놓고 인덕션 있는 숙소인데 뭐가 문제임?”이 대표적입니다. 프랑스에 8년째 산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어떤 마음인지 이해 가긴 함”이라며, 자기도 어지간하면 밥이랑 국이랑 김치를 먹고 나간다고 적었고요. “유럽음식값이 비싸긴해ㅋㅋㅋ”처럼 물가부터 꺼내는 댓글도 많았습니다.

그 사이에 낀 반응도 있었어요. “완전 옛날식 여행이네 다싸가서 밥해먹기”라며 옛날 유럽 여행을 떠올린 사람이 있었고요. “밥솥을 아예 들고가서 현지 마트에서 식재료 조달해서 밥상을 차린거면 오히려 더 특별한 경험이 됐을거라 생각함”으로 정리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고 “밥 잘하긴했네”로 끝낸 댓글도 꽤 됐어요. 다만 이건 커뮤니티에서 도는 얘기입니다. 글쓴이 본인이 논쟁에 답한 건 없어요.
저는 솔직히 김치볶음밥 사진에서 졌어요. 락앤락에 싸서 공원에 돗자리 펴고 먹었다는 대목까지 읽으면요. 이게 궁상인지 여행인지는 보는 사람 취향 문제 같거든요. 돈을 아끼려던 것보다는, 셋이 같은 걸 맛있게 먹으려던 쪽에 가까워 보이고요.
여러분은 해외 나갈 때 뭘 꼭 챙기세요? 고추장 튜브 정도는 저도 넣는데, 밥솥까지 넣는 건 어디까지 이해가 되시나요?
참고한 곳
- 머니투데이 「CJ제일제당, 햇반·만두 등 27개 품목 최대 12% 가격인상」 (2026.7.16)
- 파이낸셜뉴스 「상반기 K-푸드+ 수출 70.5억 달러 ‘역대 최고’…라면 수출 28%↑」 (2026.7.5)
- 인천국제공항 「제한물품」 안내 (기내 반입·위탁수하물 기준)
- 소재: 디시인사이드 실시간베스트 「유럽여행에 압력밥솥 들고간 가족.JPG」(2026.9.15) · 사진은 원글 게시물 캡처와 댓글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