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놔도 그다음 날 또” 경복궁 창호지 구멍, 60%는 관람객이 뚫은 거래요

“고쳐놔도 그다음 날 또” 경복궁 창호지 구멍, 60%는 관람객이 뚫은 거래요

디시 실시간베스트에 「경복궁 창호지 구멍 ㅋㅋ」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어요. 제목만 보고 낙서 얘긴가 했어요. 아니었어요. 문에 바른 하얀 종이, 그러니까 창호지에 구멍이 숭숭 나 있는 사진이었거든요. 조회 1만 2천이 넘고 댓글이 250개 넘게 달렸더라고요.

근데 이게 커뮤니티 과장인가 싶었어요. 그래서 기사를 찾아봤죠. 확인해 보니 채널A 「뉴스A」가 현장 취재를 했더라고요. 이데일리도 같은 날 오전에 받아 썼고요. 사진도 진짜였고, 관리소가 밝힌 숫자가 오히려 더 셌습니다.

창호지 아래쪽에 크고 작은 구멍이 몰려 있다. 손이 닿는 높이다 (이데일리 2026.9.15 기사 사진)
창호지 아래쪽에 크고 작은 구멍이 몰려 있다. 손이 닿는 높이다 (이데일리 2026.9.15 기사 사진)

사실 확인 — 문짝 하나에 구멍 열 개

보도는 2026년 9월 15일에 나왔어요. 구멍이 발견된 건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입니다. 국가의식을 치르던 곳, 왕의 집무실, 왕과 왕비의 침소예요. 경복궁에서 사람이 제일 많이 몰리는 건물들이죠. 문짝 하나에만 구멍이 열 개 넘게 뚫린 곳도 있었대요.

디시인사이드 실시간베스트에 올라온 「경복궁 창호지 구멍 ㅋㅋ」 글 (커뮤니티 캡처)
디시인사이드 실시간베스트에 올라온 「경복궁 창호지 구멍 ㅋㅋ」 글 (커뮤니티 캡처)

취재진이 짚은 건 구멍의 위치였어요. 문 전체에 고르게 난 게 아니거든요. 사람 손이 닿는 높이까지만 몰려 있어요. 바람이나 비였으면 이렇게 안 생기죠. 실제로 취재 중에 관람객이 창호지에 손가락을 대고 그대로 뚫어버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어요.

창살 사이 한지가 뜯겨나간 자리. 가장자리가 찢긴 모양이다 (채널A 「뉴스A」 방송 캡처)
창살 사이 한지가 뜯겨나간 자리. 가장자리가 찢긴 모양이다 (채널A 「뉴스A」 방송 캡처)

경복궁관리소는 구멍의 60% 정도를 관람객이 뚫은 걸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나머지는 건물 안에 들어온 새가 쪼아서 생긴 걸로 보고요. 뚫린 구멍에 눈을 대고 안을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 틈으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 모습까지 잡혔고요.

취재진이 구멍 난 곳을 짚어 보이는 장면 (채널A 「뉴스A」 방송 캡처)
취재진이 구멍 난 곳을 짚어 보이는 장면 (채널A 「뉴스A」 방송 캡처)

배경 — 창호지는 한지, 손가락 하나면 뚫린다

경복궁 창호는 나무 창살에 한지를 발라 만들어요. 관리소장도 “창호지가 한지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고요. 쉽게 말해 문에 종이를 붙여둔 겁니다. 유리도 아크릴도 아니에요. 힘줘서 누르면 그냥 뚫려요. 그래서 ‘누가 대단한 파손을 저질렀다’는 쪽으로 가면 좀 어긋나요. 한 사람이 호기심에 한 번 눌러본 게 그대로 흔적으로 남는 구조인 거죠.

뚫린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채널A 「뉴스A」 방송 캡처)
뚫린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채널A 「뉴스A」 방송 캡처)

보수는 봄과 가을에 정기적으로 합니다. 그 사이에도 훼손이 생기면 부정기로 때우고요. 문제는 훼손 주기가 보수 주기보다 훨씬 짧다는 거예요. 콜뉴스24 기사에도 같은 얘기가 나와요. 고쳐도 금방 또 생기니 매번 즉각 조치하기가 어렵다고요. CCTV는 달려 있는데 관람객이 워낙 많아서 누가 그랬는지 찾기도 쉽지 않대요.

궁궐 훼손에 돈이 얼마나 드는지는 이미 숫자가 나와 있어요. 2025년 8월 광화문 석축에 낙서가 생겼죠. 국립고궁박물관 보존과학 전문가 5~6명이 7시간을 붙어서 지웠어요. 국가유산청 잠정집계로 최소 850만 원, 1,000만 원에 가까울 거라고 했습니다(한국일보 2025.8.24). 낙서 크기는 가로 1.7m, 세로 0.3m였어요.

더 앞선 사건도 있어요. 2023년 12월 경복궁 담장 스프레이 낙서요. 복구 비용이 1억 원을 넘는 걸로 추산됐습니다. 당시 문화재청은 낙서한 사람들에게 복구비를 청구하겠다고 밝혔고요(한국경제 2024.1.3). 징역형만 묻던 걸 넘어 복구비까지 물린 건 2020년 법이 바뀐 뒤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경복궁관리소는 구멍의 60% 정도를 관람객이 뚫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 (채널A 「뉴스A」 방송 캡처)
경복궁관리소는 구멍의 60% 정도를 관람객이 뚫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 (채널A 「뉴스A」 방송 캡처)

처벌 규정도 있습니다. 2023년 낙서 사건 때 정리된 바로는 이래요. 국가지정문화유산의 현상을 바꾸거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허가 없이 하면요.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핸드메이커 2023.12.20). 물론 창호지 구멍 하나로 누가 잡혀갔다는 보도는 없어요. 그래서 더 애매한 거고요.

공식 입장 — “정비하고 나면 그다음 날 또”

김태영 경복궁관리소장의 말이 제일 많이 인용됐어요. “저희가 정비하고 나면 그다음 날이면 거기에 또 일부 구멍이 나 있기도 한다”고요. 창호지 한 장을 갈려면 기존 종이를 떼고, 풀을 발라 다시 붙이고, 말려야 합니다. 그게 하루 만에 원위치가 되는 셈이에요.

김태영 경복궁관리소장 인터뷰 (채널A 「뉴스A」 방송 캡처)
김태영 경복궁관리소장 인터뷰 (채널A 「뉴스A」 방송 캡처)

관리소는 단속보다 사전 안내 쪽을 택했어요. 관광협회와 가이드들에게 관람 예절을 미리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현장 캠페인도 이번 주부터 시작한대요. 국가유산청은 2025년 낙서 사건 뒤에 대책을 내놨어요. 4대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에 CCTV와 안내 배너를 추가하고 순찰을 강화하겠다고요. 궁능 관람 규정에 훼손행위 금지 항목을 넣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뉴시스 2025.8.11).

커뮤니티에선 “누가 뚫었냐”를 두고 국적 얘기까지 나왔어요. 근데 그건 확인된 게 아니에요. 관리소도 CCTV로 특정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기사 어디에도 훼손자의 국적이 확인됐다는 내용은 없고요. 확실한 건 두 가지예요. 구멍이 손 닿는 높이에 몰려 있다는 것, 그중 60% 정도를 관람객으로 본다는 관리소 추정.

강녕전 내부. 창살에 한지를 발라 만든 창호다 (자료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강녕전 내부. 창살에 한지를 발라 만든 창호다 (자료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저는 “뚫린 구멍으로 내부를 구경하거나 사진 촬영”이라는 자막에서 멈췄어요. 이미 난 구멍에 눈을 대는 건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근데 그 눈이 하루에 수백 개씩이면 종이가 남아날 수가 없죠. 경복궁은 평일에도 사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니까요.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들 (자료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들 (자료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궁에 가서 문틀이나 문고리를 만져본 적, 다들 한 번쯤 있지 않나요? 저도 창호지를 뚫은 적은 없어요. 근데 손으로 문살을 쓸어본 기억은 있거든요. 여러분은 어디까지가 괜찮은 선이라고 보세요?

참고한 곳

사진 출처

  • Front view of the Imperial Throne Hall Geunjeongjeon at Gyeongbokgung Palace with blue sky in Seoul.jpg — Basile Morin / CC BY-SA 4.0
  • Tourists at Gyeongbokgung IMG 2072.jpg — G41rn8 / CC BY-SA 4.0
  • Seoul Gangnyeongjeon interior 01.jpg — Spike /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