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자로’ 원정이 일본 방송까지 탔어요. 근데 올해 세관 적발이 4,619건입니다

‘스시자로’ 원정이 일본 방송까지 탔어요. 근데 올해 세관 적발이 4,619건입니다

디시 실베에 「일본에서 난리인 마운자로 관광」이라는 글이 올라왔어요. 일본 ANN 뉴스 캡처를 쭉 붙인 건데, 한국인이 마운자로 맞으러 일본 간다는 내용이 일본 뉴스에 나온 거예요. 일본 커뮤니티 はまぞう에도 같은 날 「스시자로」라는 제목으로 올라왔고요.

근데 디시 글에 적힌 숫자는 하나 어긋나 있어요. “올해 5달 동안 걸린 게 290건쯤”이라고 돼 있는데, 방송 자막을 보면 작년 1~5월 289건이고, 올해는 자릿수가 다릅니다. 그래서 기사로 확인해서 정리했어요.

“친구가 맞고 2주에 5kg 빠졌다”는 한국인 인터뷰 (ANN 방송 캡처)

사실 확인

ANN(테레비아사히 계열)이 9월 12일 저녁에 낸 보도예요. 다이어트 목적으로 마운자로를 찾는 한국인이 급증했고, 일본 지방 도시 클리닉이 한국 SNS에서 ‘성지’로 소개된다는 내용입니다. 인터뷰한 한국인은 이렇게 말해요. “한국에서 5mg 3개월치 살 돈이면, 일본에선 3개월치 사고 항공권이랑 호텔비 내고도 거스름돈이 남는다.”

5mg 마운자로 상자. 일본 클리닉에서 여러 달치를 한 번에 사 간다 (ANN 방송 캡처)
5mg 마운자로 상자. 일본 클리닉에서 여러 달치를 한 번에 사 간다 (ANN 방송 캡처)

산케이는 다음 날 숫자를 더 붙였어요. 서울 사는 32살 회사원이 8월에 후쿠오카를 당일치기로 다녀왔는데, 4개월분이 85만원. 서울에서 사면 싸도 170만원이 넘고, 왕복 항공권은 35만원쯤. 한국 언론(문화일보)이 이걸 ‘스시자로’라고 부른다는 것도 산케이가 소개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여성이 일본 병원에서 처방받는 장면 (ANN 방송 캡처)
서울에 사는 여성이 일본 병원에서 처방받는 장면 (ANN 방송 캡처)

한국 쪽 숫자는 한국일보 작년 9월 기사에 있어요. 마운자로가 국내에 출시된 게 작년 8월인데 한 달도 안 돼 품귀가 났고, 시작 용량 2.5mg 4주분이 약 28만원, 유지 용량 5mg 4주분이 약 37만원. 3개월치면 100만원대인데 일본은 60만원대라 40만원쯤 차이가 난다고요. 도쿄·후쿠오카·오사카 병원이 커뮤니티에서 ‘마운자로 성지’로 공유되고, 비대면 처방을 해주는 곳도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어로 된 일본 클리닉 광고. 1개월 4병 8,883엔 (디시 실베 게시물 캡처)
한국어로 된 일본 클리닉 광고. 1개월 4병 8,883엔 (디시 실베 게시물 캡처)

왜 일본이 싼가

이게 핵심인데요. 일본은 마운자로가 2형 당뇨 치료제로 건강보험에 들어가 있어서 나라가 약값(공정약가)을 정해요. 그래서 미용 클리닉에서 자유진료로 처방할 때도 값이 눌립니다. 한국은 보험 적용이 안 되니까 민간에서 값을 매기고, 그게 높게 유지되는 거예요. 일본 일라이릴리는 방송에 “일본 약가는 같은 규모 경제권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성명을 냈고, 지난달엔 약가가 한 번 더 내려갔습니다.

일본 일라이릴리 성명. 일본 약가는 같은 규모 경제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 (ANN 방송 캡처)
일본 일라이릴리 성명. 일본 약가는 같은 규모 경제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 (ANN 방송 캡처)
인천공항 세관 적발 289건, 작년 1~5월 (ANN 방송 캡처)
인천공항 세관 적발 289건, 작년 1~5월 (ANN 방송 캡처)

디시 글에도 이 부분은 정확히 적혀 있어요. “일본에서 싼 이유가 건강보험에 포함되는 조건으로 정부가 약값 협상을 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일본 안에서 “한국인 무임승차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는 것까지요.

세관 숫자는 이렇게 됩니다

방송 자막의 289건은 작년 1~5월 인천공항 적발 건수예요. 올해 숫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실이 9월 8일에 냈습니다. 2026년 1~7월 비만치료제 불법 반입 적발이 4,619건. 국제우편 3,731건, 특송 16건, 여행자 휴대품 872건이에요. 작년 한 해가 1,189건이었으니 7개월 만에 4배 가까이 됐습니다.

일본 방송에서
일본 방송에서 “마운자로 맞으러 가?”라고 묻는 장면. 일본 커뮤니티 はまぞう에서도 화제 (ANN 방송 캡처)

근데 다 불법인 건 아니에요. 한국일보 기사에 규정이 있는데, 전문의약품은 개인이 치료 목적으로 쓰면 별도 허가 없이 반입할 수 있고, 6병 이하거나 1회 처방 기준 3개월분까지 통관이 됩니다. 문제는 그 이상을 들고 오거나, 신고 없이 우편으로 받는 경우예요.

전문가·공식 쪽 얘기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국일보에 “해외에서 처방받는 건 개인 선택이지만, 안전성이 충분히 담보되긴 어렵다”고 했어요. 급성 췌장염, 담석증 같은 부작용 얘기도 같이 나옵니다. 일본 쪽에선 리쓰메이칸대 약학부 준교수가 “국경 넘어 사면 관리가 끊겨서 부작용이 났을 때 위험하다”고 했고, 후생노동성은 적정 사용을 당부했습니다.

후쿠오카공항 국제선. 당일치기 원정도 있다. 자료사진
후쿠오카공항 국제선. 당일치기 원정도 있다. 자료사진

일본 커뮤니티 댓글은 “환자 아닌 사람한테 파는 병원부터 규제하라”, “목적 외 사용은 전액 자기 부담으로” 쪽이 많았어요. 반대로 디시 댓글은 “싸면 가는 게 당연”과 “걸리면 뺏기는데 왜 가냐”로 갈렸고요.

저는 병원이 한국어 안내문까지 걸어놓은 캡처에서 좀 멈췄어요. 한국 병원이 중국인 상대로 영업하듯, 일본 병원이 한국인 상대로 영업하는 그림이거든요. 살은 빠지겠죠. 근데 부작용이 나면 어느 나라 어느 병원에 얘기해야 하는 걸까요. 여러분은 40만원 아끼려고 후쿠오카 가실 것 같아요?

참고한 곳

사진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