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에 스피커 켜고 춤춘 330만 틱톡커… 진짜 문제는 소음이 아니었다

서울 지하철에 스피커 켜고 춤춘 330만 틱톡커… 진짜 문제는 소음이 아니었다

퇴근길 지하철에 대형 스피커가 들어왔다. 음악이 크게 나오고, 한 남자가 그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팔로워 330만 명인 외국인 틱톡커가 서울 지하철에서 찍은 영상 얘기다. 요즘 온라인에서 계속 돌고 있는데, 반응이 좀 갈린다.

서울 지하철 삼각지역 역명판
서울 지하철 삼각지역 역명판

어떤 영상이었냐면

객차 한가운데 대형 스피커를 놓는다. 음악을 크게 튼다. 디제잉 하는 것 같은 동작을 하면서 춤을 춘다.

역에 정차하면 스피커를 승강장으로 끌고 나간다. 거기서 또 춤을 추고, 백플립까지 한다. 내리려는 승객 앞을 막고 서 있는 장면도 있었다.

촬영된 곳은 삼각지역, 녹사평역, 효창공원앞역, 신촌역. 서울 지하철 6호선하고 2호선 라인이다. 누적으로 6개 영상이 약 230만 회 조회됐다.

지하철 객차 안 좌석 (자료사진)
지하철 객차 안 좌석 (자료사진)

영상만 놓고 보면 춤 실력은 있다. 백플립을 좁은 승강장에서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그래서 해외 댓글 중에는 “한국 지하철 분위기 좋다”는 식의 반응도 꽤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소음이 아니었다

시끄러운 것도 문제지만, 국내에서 사람들이 더 크게 반응한 건 다른 지점이다.

영상에 나온 시민들 얼굴이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나갔다.

그날 그 열차에 탄 사람들은 촬영에 동의한 적이 없다. 그냥 퇴근길이었다. 이어폰 끼고 졸고 있었거나, 폰 보고 있었거나.

열차가 들어온 지하철 승강장 (자료사진)
열차가 들어온 지하철 승강장 (자료사진)

그런데 그 얼굴이 팔로워 330만 명 계정에 그대로 올라갔다. 국내만 보는 계정도 아니다. 전 세계에서 본다.

본인 입장에선 춤추는 자기 모습을 찍은 거겠지만, 지하철 객차가 그렇게 넓지 않다. 카메라를 한 바퀴 돌리면 옆 사람이 안 찍힐 수가 없다.

지하철에서 촬영, 어디까지 되나

공공장소니까 아무렇게나 찍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근데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초상권을 인격권의 하나로 본다. 법 조문에 “초상권”이라고 딱 써 있는 건 아닌데, 헌법상 인격권에서 나오는 권리로 판례가 인정해왔다.

서울 지하철 승강장 (자료사진)
서울 지하철 승강장 (자료사진)

구분은 대략 이렇다.

  • 풍경을 찍는데 멀리 사람이 지나가다 배경으로 들어간 경우 — 보통 문제 안 된다
  • 특정인이 누군지 알아볼 수 있게 찍혀서,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경우 — 다르게 다뤄진다

이번 영상은 후자에 가깝다. 좁은 객차 안이라 얼굴이 크게 잡히고, 조회수 230만이면 “불특정 다수 공개”가 맞다.

스피커 자체도 문제다

초상권 얘기를 빼도, 지하철 안에서 대형 스피커로 음악을 트는 것 자체가 문제다.

서울교통공사는 열차 안에서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제지할 수 있게 돼 있다. 큰 소리로 음악을 트는 것, 통로를 막는 것 다 여기에 들어간다.

지하철역 지하 통로 (자료사진)
지하철역 지하 통로 (자료사진)

내리려는 승객 동선을 막았다면 그건 소음보다 더 직접적이다. 환승 시간 아슬아슬하게 맞춰 뛰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조회수 230만의 대가는 누가 치렀나

영상 6개로 230만 조회. 콘텐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성공한 숫자다. 틱톡 조회수는 팔로워 유입으로 이어지고, 팔로워는 광고 단가로 이어진다.

근데 그 숫자를 만들어준 배경 중에 동의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얼굴이 쓰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 받는다. 자기 얼굴이 어디 올라갔는지도 대부분 모른다.

외국인 크리에이터가 한국에 와서 찍는 콘텐츠가 요즘 많이 늘었다. 지하철이 특히 인기다. 깨끗하고, 사람 많고, 안내방송도 있고. 그림이 잘 나온다.

지하철역 출입구
지하철역 출입구
지하철 객차 안 (자료사진)
지하철 객차 안 (자료사진)

근데 그림이 잘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그 안에 사람이 있어서다. 그 사람들 얼굴이 배경 소품처럼 쓰이는 건 좀 다른 얘기 같다.

해외에서 한국 지하철 영상 보고 “한국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건 나쁘지 않다. 관광에 도움도 되고.

다만 그 영상에 자기 얼굴이 나온 걸 나중에 우연히 발견한 사람 입장에서 보면, 마냥 좋다고만 하긴 어렵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한 바퀴 돌리고 있으면, 그냥 넘어가시나요 아니면 얼굴 가리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