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내렸는데, 눈앞에 국내선 청사가 있다. 그리고 아무도 그걸 모른 채 그대로 걸어 나간다.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52명이 엉뚱한 청사에 내렸다
6월 7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을 출발해 김포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KE2106편 이야기다. 승객들은 여객기에서 내려 램프버스에 나눠 타고 청사로 이동했다.
그런데 버스 한 대가 경로를 착각했다. 승객 52명이 국제선이 아니라 국내선 청사에 내렸다.

더 황당한 건 그다음이다. 승객들은 자기가 엉뚱한 곳에 내렸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대로 다른 항공사의 국내선 도착 승객들 사이에 섞여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4명은 입국심사 없이 공항 밖으로
국내선 청사에는 입국심사대가 없다. 국내에서 국내로 오는 사람들만 지나가는 곳이니까 당연하다.
결과적으로 4명이 입국심사를 받지 않은 채 공항 밖으로 나갔다. 이들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되돌아와 입국 절차를 마쳤다.

나머지 48명은 청사 안에 있는 동안 문제가 확인돼 정상적으로 입국심사를 받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이건 운이 좋았던 쪽에 가깝다.
왜 문제인가
입국심사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다. 여권을 확인하고, 입국 목적을 보고, 필요하면 세관과 검역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건너뛴 사람이 4명 있었다는 건 그 시간 동안 대한민국 국경이 사실상 열려 있었다는 뜻이다.

만약 그중에 입국이 금지된 사람이 있었다면? 신고해야 할 물품을 들고 있었다면?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지만, 시스템이 막아야 할 일을 못 막았다는 사실은 남는다.
과태료 1000만원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에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했다. 대한항공은 운영 절차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사람들이 갸웃하는 지점이 있다. 52명이 엉뚱한 청사에 내리고 4명이 국경을 그냥 통과했는데 1000만원이라니. 항공사 규모를 생각하면 체감되는 금액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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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버스, 생각보다 자주 쓴다
여객기가 항상 청사에 딱 붙는 건 아니다. 게이트가 부족하거나 주기장이 멀면 승객을 버스에 태워 청사까지 옮긴다. 이걸 램프버스라고 한다.

김포공항처럼 국제선과 국내선 청사가 같은 부지 안에 붙어 있는 공항에서는, 버스 기사가 방향을 한 번만 잘못 잡아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는 나올 수 있다. 문제는 그 실수를 걸러낼 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승객은 어떻게 알아챌 수 있었을까
솔직히 알아채기 어렵다.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를 타면 창밖으로 활주로만 보인다. 청사에 도착해 내리면 그냥 사람들을 따라 걷게 된다.
다만 신호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국제선 청사에는 반드시 입국심사대가 있다. 유리 부스가 줄지어 있고 직원이 여권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 뒤에 수하물 수취대와 세관 통로가 이어진다.
이 세 가지를 하나도 지나지 않고 바로 출구가 나왔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이번 4명도 그 지점에서 이상함을 느꼈다면 되돌아갈 수 있었다.
비슷한 일이 처음은 아니다
공항에서 벌어지는 동선 사고는 생각보다 종종 보고된다. 환승 승객이 입국 통로로 잘못 들어가거나, 반대로 입국 승객이 환승 구역에 갇히는 경우다. 대부분은 직원이 중간에 잡아내서 기사화되지 않을 뿐이다.
이번 건이 문제가 된 건 중간에 아무도 못 잡았다는 점이다. 버스에서 내릴 때도, 청사에 들어갈 때도, 출구를 나갈 때도 걸러지지 않았다. 사람 한 명의 실수가 그대로 국경 밖까지 이어졌다는 뜻이다.
재발을 막으려면
대한항공은 절차를 재점검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뭘 바꾸는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떠오르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램프버스 기사에게 국제선·국내선 구분을 명확히 전달하는 절차다. 다른 하나는 청사 입구에서 한 번 더 확인하는 장치다. 국내선 청사 입구에 국제선 승객이 들어오면 걸러지는 구조가 있었다면 4명이 밖으로 나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과태료 1000만원이 재발 방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번 일이 알려진 이상, 같은 실수가 또 나오면 그때는 금액이 문제가 아닐 것이다.
정리하면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를 탔을 뿐인데 국경을 통과해버린 사람이 4명 나왔다. 승객 잘못은 하나도 없다. 안내받은 대로 버스를 타고 안내받은 곳에 내렸을 뿐이다.
혹시 해외에서 들어오는데 청사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으면, 입국심사대를 지났는지 한 번 확인해보시라. 설마 싶겠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