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안 쓰고 일본 다녀오는 직장인들, 진짜로 늘고 있었다

연차 안 쓰고 일본 다녀오는 직장인들, 진짜로 늘고 있었다

연차를 안 쓰고 해외여행을 다녀온다. 몇 년 전이면 무슨 소리냐 싶었을 얘기인데, 요즘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서 진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금요일 밤에 출발해서 일요일에 돌아오는 식으로 주말만 써서 일본을 다녀오는 패턴이 자리를 잡았거든요. 데이터로도 확인이 됩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체크인 카운터

1. 숫자로 확인되는 ‘무연차 여행’

글로벌 여행 앱 스카이스캐너가 한국 직장인 여행객 1,000명을 조사했더니, 62%가 “짧게 자주 떠나는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그다음 항목이에요. 응답자들은 연차를 아낄 수 있다면 항공권 값을 평균 23.1%까지 더 낼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돈을 더 내서라도 연차를 지키겠다는 겁니다. 연차가 돈보다 비싼 자원이 된 셈이죠.

‘무연차’라는 단어 자체의 언급량도 늘었습니다. 소셜 빅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 기준으로 최근 한 달 언급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6% 증가했고, 그중 긍정 언급이 82%를 차지했습니다.

도쿄 아사쿠사 센소지 오층탑

2. 왜 하필 일본인가

무연차 여행지로 일본이 압도적인 이유는 단순합니다. 거리 때문이에요.

인천에서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까지는 비행시간이 1시간 30분~2시간 남짓입니다. 금요일 퇴근 후 저녁 비행기를 타면 그날 밤 도쿄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고, 일요일 밤 비행기로 돌아오면 월요일 출근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주말 체크인 기준 ‘시성비’ 여행지 순위에서 1위 도쿄, 2위 후쿠오카, 3위 오사카가 나란히 잡혔습니다. 상위권이 전부 일본인 셈이죠.

인스타그램에는 ‘연차 안 쓰고 ○○ 여행’을 주제로 한 게시물이 계속 올라오고 있고, 일본·중국·대만·마카오 같은 근거리 해외여행 콘텐츠는 조회수가 수십만 회씩 나옵니다. 유튜브에서도 개그맨 곽범이 연차 없이 해외를 다녀오는 콘텐츠로 시즌 2까지 제작했고요.



공항 출발 안내 전광판

3. 연차가 없어서가 아니라, 쉬어도 못 쉬어서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연차를 못 써서 이러는 거 아니냐”는 건데, 통계는 반대를 가리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기준 연차 소진율은 2021년 76.1%, 2022년 76.2%, 2023년 77.7%로 오히려 꾸준히 오르는 중입니다. 연차를 쓰는 것 자체는 예전만큼 눈치 보는 일이 아니게 됐어요.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 48.8% — 휴가 중 업무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다
  • 37.7% — 휴가 중 집이나 카페에서 업무를 처리했다
  • 15.8% — 아예 회사나 업무 현장으로 돌아갔다

2명 중 1명은 휴가 중에 업무 연락을 받습니다. 연차를 써도 제대로 못 쉬는 거죠.

그러니 계산이 이렇게 됩니다. 어차피 길게 쉬어도 연락은 오고, 연차만 소모된다. 그럼 연차는 아껴두고 주말에 짧게 다녀오는 게 낫다.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날개와 구름

4. 같이 뜨고 있는 것들

이 흐름과 붙어서 같이 유행하는 게 몇 가지 더 있습니다.

폰 프리 여행. 여행 중에 아예 휴대폰을 멀리하는 방식입니다. 트립어드바이저가 7월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폰 프리 투어’ 검색량이 전년 대비 684배 늘었다고 합니다. 배가 아니라 684배예요.

마이크로 휴가. 연차를 하루 단위가 아니라 1시간, 30분 단위로 쪼개 쓰는 방식입니다. HR 플랫폼 시프티는 올해 5월 보고서에서 이런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병원 가거나 관공서 볼일 보는 데 하루를 통째로 쓸 필요는 없으니까요.

둘 다 방향은 같습니다. “얼마나 많이 쉬느냐”에서 “얼마나 제대로 쉬느냐”로 기준이 옮겨간 겁니다.

주말 일본 여행, 실제로 짜보면

정리하면 무연차 일본 여행의 기본 구조는 이렇습니다.

금요일 퇴근 후 저녁 비행기로 출발해서 현지 도착은 밤. 토요일 하루를 온전히 쓰고, 일요일 오후나 저녁 비행기로 귀국. 실질 체류는 하루 반 정도입니다.

짧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도쿄나 오사카처럼 도심 자체가 목적지인 도시에서는 이 정도로도 꽤 굴러갑니다. 어차피 관광지 도장 깨기가 목적이 아니라 “여기가 아닌 곳에서 이틀”이 목적이니까요.

항공권은 금~일 조합이 수요가 몰려서 평일보다 비쌉니다. 다만 위 조사에서 나왔듯, 요즘 사람들은 그 웃돈을 기꺼이 내고 있죠. 연차 하루 값이 항공권 웃돈보다 비싸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이신가요? 연차 아껴두고 주말에 짧게 다녀오는 쪽인가요, 아니면 길게 붙여서 제대로 쉬는 쪽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