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월 6일) 오후 4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넘었습니다.
개봉 33일 만입니다.

기록부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국내에서 외화가 천만을 넘긴 건 이번이 역대 10번째입니다. 외화 천만은 ‘아바타: 물의 길’ 이후 4년 만이고요.
놀란 감독 개인으로는 국내 두 번째 천만 영화입니다. 첫 번째가 ‘인터스텔라’였으니, 12년 만에 다시 천만 감독이 된 셈이에요.
올해 기준으로는 한국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두 번째 천만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 뜯어볼수록 숫자가 좀 이상합니다.

먼저 원작.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입니다. 기원전 8세기 무렵에 정리된 걸로 보는 작품이니까, 대충 3천 년쯤 된 이야기예요.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려던 오디세우스가 10년 동안 바다를 떠도는 내용입니다. 학교 다닐 때 세계사나 문학 시간에 한 번쯤 스쳐 지나간 그 이야기 맞습니다.
스포일러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원작이에요. 결말을 이미 다들 아는 이야기로 천만을 찍은 겁니다.

두 번째로 이상한 숫자는 제작비입니다.
추정 제작비가 약 2억 5천만 달러. 여기에 마케팅비까지 더하면 약 3억 7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5,500억 원이 넘습니다. 놀란 감독 커리어에서도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간 축에 속하는 영화예요.
대체 어디에 그 돈을 썼냐면, 일단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2025년 2월부터 8월까지 모로코, 그리스,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아이슬란드, 서사하라, 몰타에서 현지 촬영을 하고, LA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도 찍었습니다. 바다를 떠도는 이야기를 진짜로 떠돌아다니면서 찍은 셈이죠.
배우 라인업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디세우스 역에 맷 데이먼, 아내 페넬로페 역에 앤 해서웨이. 여기에 톰 홀랜드, 로버트 패틴슨, 젠데이아, 루피타 뇽오, 샤를리즈 테론까지 붙었습니다. 이 명단만 봐도 제작비가 어디로 갔는지 대충 감이 오죠.
여담이지만 맷 데이먼은 이번에도 ‘집에 가는 역할’입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도, ‘인터스텔라’에서도, ‘마션’에서도 그랬죠. 이쯤 되면 전문 분야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숫자가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오디세이’는 아이맥스 70mm 필름 카메라만으로 전편을 촬영한 최초의 장편 상업영화입니다.
놀란 감독이 필름을 고집하는 건 유명한 얘기지만, 이번엔 아예 전부를 아이맥스 필름으로 갔습니다. 그동안 아무도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였는데요.
이 카메라, 스펙이 좀 웃깁니다.
일단 무겁습니다. 방음 하우징까지 씌우면 무게가 300파운드(약 136kg)예요. 성인 남성 두 명 몸무게입니다. 들고 뛰어다니는 카메라가 아니에요.
더 큰 문제는 소음이었습니다. 필름이 기계를 통과하는 속도가 분당 100미터가 넘다 보니, 작동 중 소음이 80~100데시벨까지 올라갑니다. 현장에서는 “고장 난 잔디깎이 소리”라고 불렸다고 해요. 이 정도면 배우 대사 녹음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는 대사 없는 장면, 스케일 큰 장면에만 제한적으로 썼던 겁니다. 놀란 감독도 이전 작품들에서는 그렇게 썼고요.
이번엔 ‘오펜하이머’ 이후 아예 방음 장치(블림프)를 새로 개발해서 이 문제를 뚫었습니다. 그러고도 남은 제약이 있었는데, 필름을 2분 30초~3분마다 갈아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한 번에 3분 이상 못 찍는다는 뜻입니다.
카메라가 워낙 크다 보니 배우들이 서로 얼굴을 볼 수 없어서, 현장에 거울 시스템을 따로 설치했다고 합니다. 마주 보고 연기하는 장면을 거울로 봐가면서 찍은 거죠.
그래서 국내에서도 ‘용아맥'(용산 아이맥스) 예매 전쟁이 벌어졌고, 암표가 12만 원까지 붙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정작 놀란 감독 본인은 “일반관에서 봐도 충분하다”는 취지로 얘기했지만, 한번 붙은 열기는 잘 안 식더군요.
참고로 러닝타임은 2시간 52분입니다. 화장실 계획을 세우고 들어가야 하는 길이예요.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건, 요즘 극장이 어렵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와중에 이런 영화가 천만을 찍었다는 점입니다.
집에서 볼 수 없는 화면, 집에서 낼 수 없는 소리. 결국 극장에 사람을 불러 모으는 건 그 두 가지밖에 안 남은 것 같기도 하고요.
3천 년 된 이야기에 5천억을 쓰고, 굳이 무거운 필름 카메라를 들고 사막과 바다를 돌아다닌 결과가 천만이라니. 이 정도면 계산이 맞은 셈입니다.
여러분은 보셨나요? 보셨다면 일반관이었나요, 아이맥스였나요?
